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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 아빠의 2일차 일기

HJ Works 2022. 12. 20. 16:48

새벽부터 간호사 선생님들이 몇번 방을 찾았다. 와이프의 수액도 교체를 하고, 혈압도 재고 가셨던 것 같다. 어제 꽤나 피곤했는지, 나는 비몽사몽간에 왔다는 사실만 알고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다. 7시 쯤 일어났는데, 이때부터 어제의 여파인지 두통이 도졌다. 새삼 드는 생각이지만, 새싹이가 나한테서 딱 한 가지 안 물려받을 수 있는걸 선택한다면 난 두통이라고 답할 것이다. 아침까지는 식사가 금지되어 있어서, 나도 같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가 약간 고프긴 하지만, 와이프가 고생하는거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전 9시에 담당 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간단한 질문들을 하셨고, 오늘부터는 식사가 나올 것이고 오늘부터는 몸을 조금씩 움직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소변줄을 뺐다. 이때 생각난 것이, 와이프가 생각보다 소변량이 작아서 이뇨제를 처방했었다. 소변줄 제거할 때 나는 뒤를 돌아보고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께선 와이프한테 아- 라고 하세요 한 다음 뺐다. 와이프가 아- 하다가 순간적으로 소리가 멈췄다. 이 때 소변줄을 뺐는가보다 하고 눈치챘다. 소변줄을 제거하고는 3시간 안에 ( 12시 전에) 소변을 보라고 했다. 

 

와이프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실 모션베드를 아주 천천히 앉는 자세까지 올렸는데, 시간이 30분 이상 걸린 것 같다. 모션베드의 다리쪽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몰라서 허리 통증도 계속 얘기했었는데, 다리쪽을 올릴 수 있던 것이랑 옆으로 돌아서 자도 되는 것이 허리는 많이 통증을 줄여준 것 같다. 하지만 배는 여전히 아프기에 아주 조심조심 해야했다.

 

11시 30분쯤 와이프가 처음 화장실로 갔다. 아주 느릿느릿 이동하는데, 새삼 와이프가 고생하는게 느껴졌다. 남편은 그저 수액만 옮겨주면 된다. 우리는 화장실도 갔다왔다 다행이다 하고 넘어갔는데 간호사 선생님께 전화 드리는걸 까먹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기가 배속에 있는 동안 장기 운동이 약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소변을 못 보면 다시 소변줄을 꼽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12시에 드디어 첫 점심이 나왔다. 와이프는 첫 식사라서 미음을 먹었는데 다 먹지 못했다. 그럼에도 만 하루만에 먹는 식사라서 맛있다고 한다. 보호자는 북어국이랑 제육에 밑반찬들이 같이 나왔는데, 평소같으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은 식단이지만 오랜만에 먹으니 확실히 맛있다.

 

처음 밥을 먹으니 우리 부부는 다 피곤함이 몰려오는지, 한시간 넘게 푹 잔 것 같다. 그리고 와이프는 다시 부지런히 병실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와이프는 장난삼아 불쌍한 모습을 찍으라고 하는데, 진짜로 불쌍해 보였다. 환자복도 그렇고, 좁은 1인실에서 한평 남짓 되는 공간을 돌아다니는걸 보자니 또 마음이 안타깝다. 그리고 오후 2시 반 쯤 두번째로 소변을 봤다. 가스가 나오냐고 선생님이 물어보시는데, 와이프 말로는 아주 조금 나온 것 같다고 한다. 나는 듣지 못했다.

 

4시까지 열심히 움직이면서 상태가 괜찮아 졌는지, 드디어 아이 면회를 가자고 한다. 와이프는 생각보다 많이 붓지 않았고 기름지지도 않았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이미 땀에 쩔고 머리도 눌리고 했던지라 샤워를 하고 나왔다. 씻고 나오는동안도 와이프는 병실에서 걷는 연습을 하는데, 나만 상쾌하기에 괜히 또 미안해진다.

신생아실에 전화를 했더니 바로 내려올 수 있다고 해서, 드디어 부부가 동시에 아이를 봤다. 어제보다 훨씬 붓기가 빠져서 이제 진짜 아기같다. 나는 어제 아이를 보면서 이렇게 큰 아이가 어떻게 와이프 배속에 열달동안(특히 막달에는 어떻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있었나 하는 놀람이 주된 감정이었다면, 오늘은 아기의 붓기가 빠졌는지 좀 작아 보였다. 하지만 아이를 처음 보는 와이프는 저렇게 큰 아이가 내 배속에 어떻게 있었나 하고 놀란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제와는 달리 아이가 얌전히 잠들어있었다. 어제는 아이가 많이 울고 움직여서 내 성격을 닮았을까 생각했는데, 오늘은 너무 얌전히 자고만 있으니 와이프 성격을 닮은게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시에 저녁을 먹고 잠시 집을 다녀왔다. 캠핑용 선풍기랑 캠핑용 테이블, 소형 가습기를 챙겨서 나왔다. 병실 온도가 생각보다 많이 높아서, 보일러를 최대한 꺼 놓은상태인데도 풍량과 가습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테이블이 없으니 많이 불편해서, 자세는 따로 생각하더라도 테이블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왕이면 침대용 책상이 더 좋았을 듯 하지만, 당장 집에 있고 휴대가 간편한 캠핑 테이블이라도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을 챙길 수 있었다.

 

이때부터 잘 때까지는 와이프의 통증과의 싸움이었다. 아직 무통주사외 페인버스터가 남아있긴 한데, 이것들 보다도 수액 관에 주사하는 진통제가 효율이 제일 좋은 듯 했다. 이 약이 하루에 3번까지 주사가 된다고 하는데, 오후 3시전후로 맞았던 탓에 밤 11시쯤 되야 다음 주사가 가능했다. 그리고 자는 동안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기 전에 맞다고 해서, 12시에 맞다고 얘기를 해 두었더니 이 중간 기간이 힘들었다. 제왕절개 이틀 째는 아픔과의 싸움인 듯 하다.